나는 대한민국의 아주 평범한 대학생 중 한 명이었다.
별탈 없이 학창시절을 보내고 바로 대학 입학 후 활발한 대학생활을 했다. 군대를 제외하곤 휴학한 적 없다. 대학에 와서는 내가 관심을 가졌던 것들은 거의 다 해본 것 같다. 하지만 그마저도 정해진 삶의 트랙을 더 빨리 달리기 위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나의 삶의 행로가 크게 바뀌려고 꿈틀 댔던 것은 2021년 하반기이다. 당시 4학년 2학기, 한 한국기업에서 채용연계형 인턴을 하고 있었다. 그대로 일을 하다가 졸업하자마자 정직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나는 그 와중에도 다른 마음을 먹고 있었다.
교환학생을 준비하고 있었다. 너무 뚱딴지같은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대학생활 초창기부터 교환학생 생활을 염원하고 있었다. 코로나19 때문에 기회를 못 잡고 거의 포기했었다. 조금 잠잠해지자, 다시 교환학생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아직 완전히 한쪽을 결정했던 것은 아니었다. 인턴 일과 영어시험 공부를 병행하며 지냈다. 우리 회사는 출근이 10시였는데, 새벽 5시에 일어나 회사 근처 학원에서 7시 수업을 듣고 자습하다가 출근했다.
운좋게 기준 점수를 충족해서 지원했고, 하와이 교환학생 최종 합격 통지를 받았다.
너무나도 기뻤지만, 끝이 아니다. 이제 진짜 결정을 해야 할 타이밍이 온 것이다. 2022년 부터 어엿한 직장인이 될지, 앞을 알 수 없는 하와이 교환학생을 떠날지.
내 인생에서 가장 깊고 길게 고민에 빠졌던 나날이었다. 부모님을 포함해 조언을 구하는 그 누구도 정답을 알고 있지 않았다. 결국 내가 스스로 선택해야만 했다. 앞으로의 인생이 완전히 바뀔 선택이란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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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20여년간 달려왔던 트랙을 벗어나고자 하니 너무 두렵고 무서웠다. 주변을 둘러보면 다같이 같은 트랙을 달리고 있었고, 나도 그 페이스에 맞추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다. 정해진 인생트랙 위에서 나는 뒤쳐짐 없이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었다.
2021년 12월 31일, 인턴으로서 마지막 근무날. 팀원에게 감사인사를 남기고 곧장 인천공항으로 달려갔다. 그렇다, 직장인의 삶 대신 교환학생의 삶을 택한 것이다.
하와이행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떠오르는 순간, 나도 그간 달려가던 삶의 트랙에서 발을 뗐다. 내가 달려가던 삶의 트랙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정말 큰 용기를 내서 새로운 세계에 첫발을 내딛었다.
하와이 현지시각 2022년 1월 1일 0시, 와이키키 해변에서 맞이했던 새해를 나는 잊지 못한다. 여기저기서 "Happy New Year!"을 외치며 폭죽을 펑펑 터뜨렸다. 내게 펼쳐진 새로운 삶을 응원해 주는 것만 같았다. |